Notes

2021년 8월 7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 대구 방촌동에서.
걸음으로 다섯 걸음쯤 될까?

허공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가로, 세로 나의 걸음으로 다섯 걸음쯤 될 법한 방
그 한구석에 놓인 작은 책상과 의자
옷을 담아둔 접이식 리빙박스 2개와 잡다한 물건이 든 철망 하나
그리고 여름 내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 한 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내고 있는 방을 구성하고 있는 전부이다.

작년 9월부터 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떠나 이 지역, 저 지역을 전전하며 살아내고 있다.
나의 공간이 아닌 곳에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 먹고, 자고, 무언가를 배우려 노력했다.
들인 시간에 비해 얻은 깨달음의 수는 적고, 무언가를 성취하지도 못했지만
나는 다시 삶을 살게 되었고, 다시 세상의 일원이 되려 스스로를 타인의 틈에 밀어 넣었다.

지금의 시간들이 지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온전한 하나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살아있었으나 살지 못했던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하면 부질없기만 한 질문들을 나는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항상 답이 없는 것들을 고민하며 자신을 축낸다.
꿈과 세계, 주변의 사람들과 이어진 모든 관계들, 감정들, 내 눈에 담기는 살아움직이는 모든 것들.
나라는 사람이 버리고자 노력해도 버릴 수 없는 습성.

대구 op 들끓는 지금 이 세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언제나처럼 자신의 흔들리는 세계와 감정만을 다잡으려 허우적 거린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녀도 쉽게 변하는 것은 없다.
노력해도 내가 무엇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럴 때면 쉽게 공허해지고, 그 무엇도 나를 구원할 수 없을 것만 같으나
하늘,
그는 분명 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쉽게 목숨을 끊어내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어떤 시인의 말을 곱씹고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는 말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짙어지는 밤

몇 년을 겪어도 어딘가에 잔뜩 고여버린 듯한 눈물을 쉬이 말려버릴 수 없어
여전히 이 감정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사랑을 버린 지 오래라 말하고 싶으나
심장이 찢겨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일이 먼저일 것이 분명한 삶이다.

글솜씨가 없고 흘러넘치는 생각은 너무 많아 횡설수설했으나
그래도 담아두고 싶은 감정이 들끓는 밤이라
글을 적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 2021년 8월 7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 대구 방촌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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