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2018.11.20

한 아이가 무자비하게 무언가를 먹고 있는 뒷모습이 희미한 Limelight가 만들어낸 그림자를 통해 서서히 나타났다.
시선은 아이에게로 가까워지고 아이의 입소리도 동시에 시끄러워진다.


보일듯 말듯한 제 4의 벽이 우리의 궁금증을 더욱 키우듯이,
아이도 그 사실을 아는듯 더욱 의심스러운 뒷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관중들은 아이가 도데체 무엇을 하는지 더욱 궁금해졌고, 아이의 뒷머리가 스크린에 꽉 찰때까지
아이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급하게 삼키고 있었다.


모든 관중들은 한 마음속으로 닿을 수 없는 벽을 향해

자신들이 이 아이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벽을 뚫고 제발 아이가 대답해주길 바라며

관중들의 시선도 스크린에서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제 4의 벽이 무너진걸까?

아이는 결국 스크린을 보았다


아이는 무엇을 먹은것일까?

그것은 스크린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누가 본것일까?

관중들은 이미 어딘가로 떠나고 없었다


관중들이 본것은 책상 가장자리 끝과 그 밑바닥에 널부러진 몇개의 종이 쪼가리 뿐이였다

그 위에는 더 많은 종이 조각들이 쌓여져 있는 그림자가 Limelight를 통해 약간 보이긴 했지만 정확하진 않다



그 순간 아이는 스크린을 은밀하게 대놓고 바라보며 입 근처에 묻은 빨간 액체를 조심스레 햝았다


스크린이 꺼졌다


꺼지고 난 후에야 모든 관중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들의 제 4의 벽 속에는 ‘아이’의 미완성된 작품이 끝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반복되는 현상, 이 현상이 도리 밖에서 보면 이렇게 오싹한 광경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제 4의 벽은 무자비하게도 견고하고 단단했다..



지금, 관중은 이미 돌아가고 없다.

스크린도 이미 꺼진지 오래이며,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에게 남은것은 바닥에 널브러진 빨간 액체뭍은 종이 조각들 뿐이다.

종이 조각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이 숙제를 풀면 어떤 숙제와 벽들이 우리를 고대하고 있을까





<순수와 순진의 차이>,2018